일자리인권분과/6차시/칼럼기사/ 삼성전자, 또 하나의 약속

2014. 6. 29. 23:272014 - 2017 box/대학

[일자리인권분과/6차시/칼럼기사]

 

삼성전자, 또 하나의 약속

 

작성일 : 2014-06-29

작성자 : 김경희(kkotkyunghee@hanmail.net)

 

대한민국의 헌법으로 보장하고 노동법으로 보장하는 모든 권리를 요구하기 위해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창립되었고 삼성은 이를 탄압했다. 그리고 지난 달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분회장 염호석씨가 최종범씨에 이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동조합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일거리를 끊어 생계를 어렵게 만들어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장례식장까지 경찰의 물리력을 앞세워 시신을 탈취한 후 유골함까지 빼돌렸다.

 

이에 지난 4월 19일부터 모든 조합원이 전면 파업을 하고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41일간 농성을 벌인 끝에 28일 저녁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삼성전자서비스와 단체협약의 골격인 기준협약안에 합의했다.

 

기준협약안에는 기본금 없이 백퍼센트 성과급제로 임금을 받았던 기존의 방식에서 기본급 120만원에 60건 이상부터 건당 2만 5천원을 추가로 받는 급여체계로 표준화한다는 내용이 있다. 고(故) 염호석조합원의 죽음에 대해 원청 삼성이 직접 애도와 재발방지의 노력을 하는 것, 위장폐업 논란이 있었던 서비스센터의 해고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승계와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활동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있다.

 

이제까지 삼성은 76년 무노조 경영방침을 고수해왔다. 일거리를 주지 않는 등 치졸한 방식으로 노동자가 삶을 이어갈 수 없게 만들었고 지난 일 년 동안에만 세 명의 소중한 사람들이 곁을 떠났다. 이들을 떠나보내고 또 다른 죽음 속에 사는 노동자들은 자신과 가족의 삶의 불안함을 누르며 거대 왕국을 상대로 기약 없는 싸움을 했다. 때문에 이들에게 이번 단체협약 체결은 성과 이상의 의미를 지닐 것이고 지난 일 년 동안 투쟁해온 그들을 응원한 모든 사람들에게도 벅찬 기쁨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 단체협약 후 이를 기초로 사업장별로 단체협약을 체결해야한다. 이는 본사인 삼성전자서비스에 100여개의 지점이 있고 이 지점은 협력업체와 도급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49개의 다른 협력업체 소속으로 나뉘어 있어 각각 단체협약을 맺어야하는 복잡한상황인 것이다. 이것이 삼성전자서비스 사태의 본질이라 할 수 있고 승리의 순간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이다.

 

원청기업이 하청(도급)을 두고 또 하청기업이 재하청을 두는 현재의 구조 속에서 사용자가 불분명하고 아무런 노동법적 규제가 없어 노동자는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을 수 없다. 때문에 같은 문제가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고 사내하도급에 대한 규제를 통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번 협상 타결이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 또 하나의 약속을 삼성전자가 진정성 있게 이행하여, 이번 단체협약을 계기로 노동자와 사용자가 상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특히 이제까지 노동조합 없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발전적인 노사문화를 선도하며, 이것이 진정한 일류기업이 되는 길임을 인지하고 꾸준히 노력하기를 온 마음을 다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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