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인권분과 4차시/사각지대 취재 기사/ 이윤과 노동자의 안전을 저울질하는 기업

2014. 5. 19. 00:152014 - 2017 box/대학

이윤과 노동자의 안전을 저울질하는 기업

 

솜방망이처벌이 기업으로하여금 안전을 도외시하게만들어

계속되는 산재사망의 악순환 끊으려면 책임 엄격히 물어야

 

작성일: 2014-05-18

작성자: 김경희 kkotkyunghee@hanmail.net

           민주원 belle6400@naver.com

 

 

 한 달 전, 진도 앞바다에서 무고한 생명을 잃었다. 유가족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참사는 비단 비양심적인 선장만의 잘못이라 할 수 없다. 최대 3,000만 원 상당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 평형수 800톤 대신 선박을 더 실은 것으로 파악됐다. 여객선에 타고있던 300명의 사람들과 노동자들의 생명의 안전보다 이윤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예상되나 방치되는 사고로 끊임없이 생명을 잃어간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이후에도, 4월 21일 가스운반선 내에 폭발 화재사고가 발생해 2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그리고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26일 선박의 녹을 제거하는 샌딩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에어호스에 감긴 채 추락해 사망했다. 이틀 후 28일에는 비 오는 중에 야간작업을 하다가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는 상태에서 바다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연달아 발생했다. 이렇게 현대중공업 작업장에서만 총 4명의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안전장치나 안전교육 없이 무방비 상태로 목숨을 잃었다. 안전장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고 사고발생시 신속히 재해자를 구조하는 경보 및 구조 시스템이 있었다면 사망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사고였다.

 

 

<표1> 산업재해 현황(단위 : 명, %),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현황분석』

 

 <표1>에 따르면 지난 한해 한국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 수는 1900명이 넘는다. 전체 사망자수는 2013.12월말 현재 사망자수는 1,92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명(3.5%)증가했다. 그러나 이렇게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가 계속적으로 일어남에도 안전장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업주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처럼 가벼울 뿐이다.

 

 최근 3년간 중대재해 중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송치되어 처리된 2045건의 사고 중 무혐의, 각하 등으로 사업주 처벌이 없었던 건이 32%에 달한다. 2012년 8월 LG화학 청주공장에서 다이옥신 폭발로 8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입은 사고가 있었다. 설계변경을 중 전한 바닥재 도색을 하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3명의 구속영장 신청에 검찰과 법원에서 각각 1명씩 영장을 기각했고 결국 말단 재료팀장 1명만 구속되는 것으로 끝났다.

 

 지난 2011년 7월에는 경기도 일산의 이마트 탄현점 기계실에서 터보냉동기 보수작업을 하던 인부 4명이 냉매가스 유출로 질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 황모(22)씨도 희생자 중 하나였다. 이들은 밀폐된 공간에서 마스크 등 안전장비도 없이 일했고, 냉매로 쓰이는 무색무취의 프레온 가스에 질식, 사망했다. 이 사고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고발된 이마트 탄현점장은 약식기소로 벌금 100만원을 무는 정도에 그쳤다. 이처럼 가벼운 처벌이 산재사망을 끊이지 않게 하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이 노동자를 지켜주지 못한다.

 산업재해를 예방하여 노동자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법이 재정되어있다. 바로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이다. 산안법의 주된 목적은 산업현장에서 근로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모든 위험한 설비, 작업환경 또는 유해요인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국가가 최소한의 안전과 보건의 기준을 준수해야 할 의무를 사업주에게 부과하는 입법인 것이다.

 

 강문대 변호사는 “현재의 산재 관련법은 오히려 위험을 감내하도록 하는 구조다. 회사 대표나 고위 임원은 기소 대상이 아니거나 벌금만 내면 된다. 한국은 강력한 형사처벌만을 강조하지만, 영국은 ‘위험을 야기하는 회사한테는 수익을 안겨주지 않겠다’며 강한 벌금을 매겨 진작부터 조심하는 체제를 만든 게 다르다”고 지적한 바 있다.

 

 

노동자에게 위험을 주는 상황 방치도 ‘살인’

 반면 영국의 경우에는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 이하 ‘기업살인법’ (Corporate Manslaughter and Corporate Homicide Act 2007)이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노동자나 공공에 대한 안전 조치가 미비해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 기업에게 범죄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노동자에게 위험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비용 때문에 방치한 것을 기업에 의한 ‘살인’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 법률의 적용 대상은 기업과 정부기관이고, 구체적으로는 최고 경영층에 해당하는 역할을 하는 자가 직접적인 법률 적용의 대상자가 된다. 벌금의 상한선은 없고 기업의 1년 총 매출액의 5%에서 시작, 2.5%~10% 범위에서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망 사고를 일으킨 기업한테는 상한선이 없는 무제한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 실제 몇 백만 파운드의 벌금 폭탄을 맞는 기업들이 나타났다.

 

 

 

<표2>한국은 2013년 동계, 4개국은 2010년 동계자료를 바탕으로 비교한 표이다. 영국은 기업살인법을 제정하고 시행한 결과 한국의 15배가량 낮다. 출처: 고용노동부·국제노동기구(ILO)

 

 실례로 2011년 2월 작업 중 지반 침하로 질식사 한 영국의 한 지질학자의 죽음에 대해 영국 법원은 회사에 약 7억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영국의 산재사망 만인률이 한국보다 15배가 적은 이유다. 또한, 산재사망을 기업에 의한 살인행위로 보고 관련법을 제정한 국가는 영국, 호주, 캐나다 등이 있다. 호주의 경우 공공부문의 산재사망에 대해 벌금의 최고액은 60억에 달한다고 한다.

 

 한국 국회에서도 사업주의 책임을 분명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움직임이 있다. 통합진보당 김선동 국회의원이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작년 12월 대표발의했다.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에 대한 사업주의 직접적인 법 책임을 명시하여 산업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예방조치를 강화하기 위한 제안이다.

 

 하지만 근로자의 지위 향상, 권익 향상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법 개정안에 대해 다른 의견을 경우도 있다. 2014년 2월 14일 환경노동위원회회의실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인 이완영 국회의원은 “근로자의 권익 보호위한 법 만드는 것에 동의 하지만 이것이 지나쳐 오히려 고용에 역작용이 있다고 느낀다. 근로자들이 지켜야 할 의무 같은 것을 노동법에도 넣어야 되지 않겠는가하는 것을 많이 검토를 해 왔다.”라는 의견을 내보였다. 이어 “기업살인법 이야기도 나오는데 산재를 받기 위해서 고의적으로 사고를 낸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있다. 이런 것들은 명쾌하게 분별해야 되며 그런 점에서 볼 때 근로자들의 직업윤리를 의무를 법에 좀 보완할 수 있는 것을 고용노동부에서 검토를 해서 법안 제출이 필요하다”라고 발언했다.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인 주영순 국회위원도 김선동 의원이 대표발의한 기업살인처벌법안에 대해 “(이 개정안에 의하면)사업주가 법을 위반해도 사망 등 중대재해가 아니면 기업살인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며 결과만을 두고 기업살인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산재 예방에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의견을 냈다. 이어 “이 개정안은 산업재해에 대한 사업주나 원청의 책임을 강화해 근로자의 생명권을 제고한다는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의 책임을 사업주에게 의제하는 등 무리한 규정이 적지 않다.”며 기업살인죄라는 자극적인 명칭에서도 묻어나듯이 기업과 근로자를 마치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구분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걱정을 표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기업살인법에 대해 지지하는 의견도있다. 이태경 노동건강연대 정책위원은 ‘기업살인법의 입법 핵심은 안전·보건의 의무가 있는 기업주에게 책임을 물어야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장할 수 있다. 선진국보다 높은 사망률을 자랑하고 있는 나라에서 기업의 중대한 주의의무 위반에 강력한 제재가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며, 다시 새로운 기업살인법제정 운동이 확산되기를 바란다.’ 라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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